이정선 작가

이때 밀양부사 박진은 삼랑진 직원관에 진을 치고 밀양 관군 300여명과 인근 군현에서 온 지원군 400여명으로 1만여명의 왜군을 방어했다.

박진은 양산의 황산잔도를 거쳐 작원잔도의 관문으로 밀려나는 왜군을 벼랑“끝에서 깊은 강물에 수장시킨다는 전략으로 항전했다.

작원관까지 진격한 왜구는 하룻밤 하룻낮을 공격해도 박진 장군이 수비하는 관문을 뚫지 못했다.

아무리 방해없이 순조롭게 통과해도 하루는 걸려야 통과할 수 있는 많은 병력이 잔도에서 길이 막혀버리자 후발 부대가 야음을 틈타서 천태산 쪽으로 우회하여 산을 넘어와 밀양 관군의 뒤통수를 치기에 이르렀다.

이에 수많은 군사를 잃은 박진은 속수무책으로 남은 군사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고 광탄 나루쪽으로 강을 건너다가 강 깊이와 지형지세를 잘 모르는 지원군들이 깊은 강물에 빠져 많은 희생을 당하기도 하였다.

박진은 먼저 적국의 군량미가 될 수 있는 곡물 창고에 불을 지르고 적의 무기가 될 수 있는 병기 창고도 불태웠다.

그 후 그는 충청도 쪽으로 후퇴하면서 고을마다 왜군의 상황을 알리고 전황을 병조에 보고하면서 피신했다.

비록 희생자가 많았던 전투였지만 한양으로 향하던 왜적의 발목을 사나흘 간이나 묶어놓았던 전투였다.

당시 32세로 갓 무과에 급제한 무인이 전쟁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절대 열세의 군사력으로 왜군에 용감하게 맞선 그 용기와 충정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19일 3번대의 구로다 나가마사는 해로로 안골포를 공격했다.

조선군도 군선을 출전시켜 첫 해전이 발생했다. 그러나 왜군은 조선군을 물리치고 김해성을 공격해 점령했다.

이 싸움에서 조선인 수천명이 희생됐다. 이날 일본군 6번대 고바야카 와다카카게가 부산에 상륙했다.

20일 2번대 가토 기요마사의 일본군 2만여명이 경주성을 공격했다.

이 무렵 때마침 경주 부윤 교체가 있었는데 전임 부윤 윤인함은 후임으로 오는 변응성이 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달아났다.

이에 판관 박의장, 장기 현감 이수일이 군민 수천명을 모아 성을 지키려 했으나 박의장도 버티지 못하고 도주했다.

이 전투에서 경주 관군은 왜적과 싸움조차 못 해 보고 영토를 점령당했다.

이에 성안의 병사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성안에 난입한 왜군은 약 1,500명의 조선인 머리를 벴다.

고니시는 이날 대구성을 점령하였고, 22일에는 인동성을 점령했다.

왜군이 지나는 곳마다 마을 초가삼간은 모두 불에 휩싸였고 땅은 피로 물들었다. 온 상방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화롭던 마을은 하루 아침에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렸다. 저잣거리에는 시체가 나뒹굴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다음호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