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어느 여성이 남편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며 ‘주의 깊게’ ‘똑똑히’ 잘 보라고 말한다. 영상은 한 여자 농구선수가 경기에서 득점을 한 후 기뻐서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영상을 다 보여준 뒤 여성이 남편에게 묻는다. “그 여자 선수 등 번호가 몇 번이었어?”

남편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내가 계속 채근하자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대충 번호 하나를 말하지만 틀린 번호였다. 영상을 볼 때 남편의 시선이 어디 있었는지를 확인한 아내는 남편에게 주먹을 한 방 날린다.

주먹을 맞은 건 영상 속 남성이었는데 아프기는 내가 아팠다. 다시 영상을 돌려보니 등번호는 과도할 정도로 크게 적혀 있었다. 영상 속 그 남성도 나 역시도 시선과 관심이 등번호에 있지 않았던 결과다.

우린 늘 이렇게 관심 끄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면, 다른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조사결과가 증명을 해준다. 예컨대, 기상캐스터가 일기예보를 할 때 예보 내용보다는 캐스터의 옷차림이 시선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을 보니, ‘선정적 복장 기상캐스터 보느라, 날씨 정보 놓친 사람 많아’라는 제하(題下)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상당히 놀라웠다. 뉴스 전달자의 옷차림이 평범했는지 아니면 노출이 있는 옷차림이었는지에 따라 시청자의 기억에 큰 차이가 있더라는 조사결과였다.

평범한 옷차림과 노출이 있는 옷차림에 따라 기억력을 조사해 보니, 태풍은 50:38, 장마는 25:13, 지역은 25:13, 화재는 25:0이라는 큰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역시 예보에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시선을 끄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관심은 특정한 것에 정신을 집중시켰을 때 최대 효과를 얻게 된다. 마음을 두지 않으면 피상적인 것만을 보거나 아예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학(大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고 했다.

올해는 특별히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았다. 그 누구 한 명도 안타까운 비극이 아닌 사람이 없다. 늘 결과론이지만,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었는가? 정말 불가항력이었는가? 이런 저런 뉴스와 문제점들을 들을 때면 평소의 ‘관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관심에는 개인적인 차원도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도 있다. 개인의 무관심은 그래도 피해가 적을 수 있지만 국가의 무관심은 그 결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특정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요, 어떤 특정 국가를 거론하는 것도 아니다. 시공을 초월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말함이다.

자연재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테러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능성과 위험성에 우리는 항상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문제점에 대한 세세한 관심과 노력으로 불행한 일을 막아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조짐이 있다고 했다. 조짐은 관심에서 발견된다. 관심이 없으면 다양한 조짐이 보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노자(老子)는 일찍이 ≪도덕경(道德經)≫에서 강조했다. “세상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것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세상 그 어떤 큰일도 반드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고…. 그렇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쉬운 일’에 관심을 쏟고, 무시해도 괜찮을 듯한 ‘작은’ 것에도 관심을 쏟는 일이다. 개인적인 일이든, 국가적인 일이든…. 관심의 힘은 언제나 대단하다.